•학회소개•인사말
한국중세사학회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을사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는 모두가 유난히 춥고 고달픈 한 해였던 것같습니다. 세밑에 터진 위헌적인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는가 하면, 제주항공 비행기 참사로 많은 분이 희생되어 유례없는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평범한 인사도 마음 편히 드리기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이 또한 우리가 넘어서야 할 시련이라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올해부터 2년간 한국중세사학회 회장 소임을 이어갈 제주대 전영준입니다. 지난 12월 충북대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후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중세사학회는 1989년 부산・대구지역 한국중세사 연구자들의 정기적인 학술교류 논의를 시작으로 이듬해 제1회 한국중세사 전국학술대회(부산대)를 개최하면서 학회 출범의 기치를 올렸습니다. 이후 매년 열린 학술대회의 연구발표는 학회의 정체성을 오롯이 유지하는 역할에 더하여 1993년에는 정기학술지 『한국중세사연구』의 창간을 이루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전국 학계의 관련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학회가 내실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회의 출범과 성장 및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희생해 주신 선배 교수님과 동학 여러분의 노력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 한국중세사학회는 선학들이 지켜온 전통을 계승하고 더 빛낼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담론 공간에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계속 축적해야 할 시기입니다. 내적으로는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와도 대결하여야 하고, 학문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한국중세사의 역사문화원형 발굴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해양을 연구의 중심에 놓고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국내외의 학술적 외연 확장에도 정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문학의 위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기계가 앞서가는 사회일수록 인문학이 더욱 요구되므로 학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고, 전임 최연주 회장님이 추진하였던 학문후속세대의 성장과 발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학회의 학문후속세대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碧巖錄』의 화두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때가 성숙하면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며, 기회와 인연이 서로 투합한다(瓜熟蒂落 啐啄同時)’는 의미를 되새겨 師弟同行의 아름다운 담론장을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일들은 저희 임원진이 준비하겠습니다. 학회 초창기에 있었던 지역 답사는 물론 해외 답사를 위한 여건 마련에도 힘쓰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회를 창립하는데 애쓰셨던 원로 선생님들께서 빌려주실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학회원이 공동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한국중세사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지면을 빌어 전임 최연주 회장님과 임원 여러분의 노고로 우뚝 성장한 학회를 맡겨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앞으로도 학회의 발전을 위한 제안과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학회원 여러분.
비록 어수선한 시국입니다만, 우리는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에 앞서 헌정 질서의 회복을 기원하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만큼 2025년 새해에는 더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라 믿습니다.
국가의 안녕을 바랍니다. 그리고 학회원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가 깃들고, 연구하시는 분야에서 뜻깊은 성과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학술대회와 연구발표회, 국내외 답사 때 직접 뵙고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2025(을사)년 설날에
한국중세사학회장 전영준 드림